직장인/생각

출퇴근 편도 2시간에서 편도 30분 직장으로 이직하고 달라진 점

잘하고있어요 2023. 7. 12.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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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겐 하루가 4시간뿐이었다.

 

불과 8개월 전까지는 출퇴근 편도 2시간 이상 걸리는 곳에서 근무했다. 지금은 통근시간이 30분으로 줄었다. 출근 때는 2시간 40분 전에 집에서 출발했었으니 5분의 1로 줄어든 셈이다.

자는 시간 6시간, 이동시간 5시간, 업무시간 9시간 24시간 중 내가 쓸 수 있는 시간은 4시간뿐이었다.

통근시간이 줄어들고 나서 달라진 점들이 참 많다.

 

인천 출근러의 숙명

나는 인천에서 나고 자랐다. 그래서 초중고 학창 시절에만 집 근처로 통학을 했고 대학교 통학, 직장 출근은 서울 또는 인근 경기도 지역으로 다녔다.

 

대학교는 편도 1시간 30분, 직장은 지금 회사로 이직하기 전까지는 편도 2시간을 다녔다. 출퇴근 왕복 4시간을 3년을 했다. 3년을 했을 정도면 힘들기는 했지만 견딜만해서 다녔던 것 같다. 인천 사는 사람의 숙명이라고 생각을 하면서.. 그러다 대학생활을 포함한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견고하던 마음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딸아이가 태어났기 때문이다.

 

편도가 2시간이면 퇴근 전부터 정시 퇴근을 위해 근무 시간에도 전투적으로 일을 한다. 그렇게 퇴근을 하고 앉을 수 없지만 20분 정도 빠른 지하철을 타러 전력 질주 8시 10분 정도에 집에 도착한다.

 

와이프와 단 둘이 지낼 때는 늦게 도착해도 늦은 저녁을 같이 먹고 드라마, 영화를 보고 친구들을 불러서 술도 한잔하고 재미있게 지냈다.

 

지금 우리의 가장 소중한 존재. 딸아이가 태어나고 나서는 아기들에게는 루틴이 있기 때문에 제 때 먹고 제 때 재워야 아이도 엄마도 스트레스가 덜하다. 8시에 도착하면 이미 자러 들어갔거나 잘 준비를 하고 있어서 오래 봐야 20분 정도 아이와 시간을 보낼 수 있다. 그 20분이 너무 소중해서 더 뛰고, 지하철 시간을 계속 확인하고, 내려서도 5분이라도 일찍 가기 위해 버스 시간이 안 맞으면 킥보드를 타고 집으로 향했다.

 

소중한 20분을 사수하면서 지내다 보니 그 시간을 뺏기는 상황에 대해 화가 많이 났다. 지하철을 눈앞에서 놓치면, 퇴근 시간쯤 팀장이 주는 업무로 인해서 하는 야근, 지난주에도 했는데 이번 주에 별다른 이유 없이 또 하는 회식.. 시간이 지날수록 뭔가 잘못되었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이직 결심

지하철을-이용해-출근하는-바쁜-사람들

평소처럼 집에서 나와서 출근길을 나선 어느 날

(출근 때는 생존을 위해 자리에 앉아 잠을 청할 수 있는 빨간 버스를 타고 다닌다. 6시 25분에 집을 나서지 못하면 지각을 하기 때문에 5시 50분에 기상을 했었다.)

먼 길을 출퇴근해본 사람은 알겠지만 출근 시간에 딱 맞춰가다가는 지각을 하기 일쑤이기 때문에 2~30분 일찍 도착할 생각으로 시간을 역산한다.

 

그날은 길이 막혀 버스에서 내려서 사무실까지 뛰었으나 출근 지문 인식하는 도중 09시 정각이 되어 1초 정도 늦었다. 사무실 도착 입구에서 가까운 근태 담당 부서에서 당연히 지각 사유서를 제출하라고 한다.

 

물론 지각이 처음은 아니지만.. ‘아 이거 아니다’라는 생각으로 당장 이직을 알아보고 실행에 옮겼다.

지금은 출퇴근 편도 30분 거리에서 근무한다.

 

직주근접이 행복의 시작점

출근

이직 전엔 겨울엔 캄캄하기까지 한 5시 50분에 와이프나 아이가 같이 깰까 알람도 진동으로 맞추고 혼자 기상하고 조용히 준비하고 출근했었다.

 

지금은 7시에 알람을 하지만 일어나고도 가만히 누워서 잠을 깨고 일어난다. 딸아이도 그 시간쯤 일어나니까 같이 아침 대신 시리얼도 먹고 꽁냥 거리며 여유 있게 준비하고 와이프와 함께 8시에 집을 나선다.

 

아침이 일어나서 출근하는 기계와 같았던 때와 달리 수면시간도 늘어나고 와이프, 딸아이와 보내는 시간이 되었다.

 

근무시간

이직 전엔 야근이나 회식이 없을지 출근부터 예민해져 있었다. 비슷한 농담에도 표정 관리가 안되었다. 나 말고는 동료들 대부분 1시간 이내 거리에서 출퇴근을 했었기에 끝나고 따로 저녁 식사도 매번 거절하는 사람이었다.

 

지금은 격주에 한번 회사 동호회로 축구를 한다. 결혼 전에는 친구들과 동호회를 만들어 매주 토요일 아침에 축구를 했다. 결혼하고 나서도 이어졌지만 코로나 이후 큰 부분을 차지하던 축구가 지워졌었다. 코로나가 끝날 즈음 아이가 태어났고 잘하지는 못 하지만 좋아했던 취미를 앞으로는 가질 수 없겠구나 생각했다. 평일에 축구라니 상상이나 했을까? 축구 동호회 참석하는 날, 한 달에 1~2회 있는 회식을 제외하고는 모두 가족과 나를 위한 시간이 되었다.

 

퇴근 이후

이직 전엔 평일 24시간 중 깨어있는 딸아이를 만날 수 있는 시간은 20분 정도였다.

‘아 나도 말로만 듣던 외로운 아빠로 늙어가겠구나’라는 생각에 우울감까지 느낀 적도 많다.

 

지금은 퇴근 후 딸아이를 어린이집 하원을 해주시는 장인 장모님이 계신 처갓댁으로 퇴근해서 저녁을 먹고 집에 와서 딸아이와 함께 목요일을 하고 신나게 놀다가 잠자리에 같이 들어간다.

 

행복하다.

가족과의 시간이 많다 보니 나에게만 여유가 마음의 여유가 생긴 것이 아니라 육아 휴직을 마치고 복귀한 와이프도, 아침저녁으로 항상 아빠, 엄마와 함께하니 딸아이도 웃음이 끊이질 않는다.

워라밸 수준의 문제가 아니다. 이런 게 행복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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